Hyejin Get In Touch

Get In Touch

Prefer using email? Say hi at mangoroulette@gmail.com

높아만 보이던 인터뷰라는 산을 오르면서

들어가며

언제까지 떨어지나..

그동안의 지원 경험을 세어보니 총 20번 정도 되네요. 그중 인터뷰까지 했던 경우는 13번인데요. 여기서 최종 합격까지 한 경우가 총 5번입니다. 특히 초반에는 지원한 족족 인터뷰 불합격 통보를 받았습니다.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기 때문인지, 인터뷰에서 떨어지게 되면 서류나 과제 전형에서 탈락했을 때보다도 훨씬 타격감이 컸고 잔상도 오래 남았습니다. 어떤 점이 문제인지 알기 위해서는 제가 적은 예상 답변을 주변에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는 방법이 유일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기대 이상으로 유익한 피드백을 다양하게 받았고 여전히 부족하지만, 이전과 비교하면 환골탈태 급으로 인터뷰 실력이 나아졌다고 생각합니다.1

나에 대해 자주 생각하기

회사 생활에 대해서 얼마나 자주 돌아보시나요? 저는 일한 시간을 돌이켜보니, 나의 감정이나 생각에 대해 살펴본 시간이 거의 없던 것 같아요. ‘어떤 타입의 동료와 가장 일하기 싫은가요?’ 인터뷰에서 많이 받은 질문인데, 이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기까지도 한참이 걸렸어요. 누구든 일 잘하고 나이스한 사람과 일하고 싶지 않겠어요? 우습게도 그 이상 깊게 고민해본 적이 없던 거죠.

그동안 기록한 업무 일지에는 ‘어떤 날 무슨 일을 했고, 어떤 식으로 했다’ 정도를 써놨는데요. 그 일을 하면서 ‘의사소통을 이렇게 해보니 더 잘 되더라, 어떤 사람과 일할 때 더 시너지가 나고, 어떤 상황에서 추진력이 더 폭발하더라’와 같은 나에 대한 관찰이 쏙 빠져 있더라고요. 프로젝트 스프린트가 끝나면 회고를 하고, 상반기 & 하반기가 지나면 회고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쩌면 그 이상으로 나 스스로에 대해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생각은 경험을 지나면서 계속 변하기 때문에, 또 많은 기억이 쉽게 미화되고 흐릿해지기 때문에 현재의 관점에서 되도록 자주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아래에 적은 질문 리스트를 매달 적어보는 연습을 하려고 해요.

경험을 잘 정리하고 엮기

인터뷰에서 나의 모든 경험을 다 얘기할 수는 없겠죠.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그래서 인터뷰 질문마다 어떤 경험을 사례로 들어 답변하는 게 효과적일까 고민하게 되고요. 하나하나의 경험이 구슬이라면 이 구슬을 목걸이로 만들어 보여주는 과정이 인터뷰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목걸이를 만들지 미리 고민해보는 게 도움이 되겠죠?

저도 어떤 목걸이를 만들지 고민해 본 적이 없어 이 단계가 어려웠는데요. 지원하는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목걸이를 만들 수도 있고, 그냥 나 자체가 가장 잘 드러나는 형태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두 가지가 맞아떨어진다면 금상첨화겠죠!

프로젝트 정리에 관해 덧붙이면, 저는 ‘배경 - 의사 결정 근거 - 배운 점 - 배운 점을 다시 적용한 경험’ 구성으로 프로젝트를 정리하고 있어요. 프로젝트마다 태그를 달아 분류하면 적절한 상황에 쉽게 꺼내 쓸 수 있어 더 편리하고요. 저는 이 노션 템플릿이 도움이 많이 됐고, 최근에는 도움을 주는 서비스도 출시됐다고 하니 참고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어떤 질문을 받고, 어떤 대답을 했나

1. 이 회사에 왜 오고 싶으세요?

가급적 ‘서비스’에 대해 많이 언급하고, 그 회사의 서비스를 왜 함께 만들고 싶은지, 어떤 부분에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를 이야기했어요. 그게 다른 회사를 제쳐두고 꼭 이 회사여야 하는 이유와 가장 맞닿아 있기 때문에요. 문화와 환경이 좋고, 돈을 많이 주고, 서비스 규모가 큰 것도 이유가 될 수 있지만, 그런 회사는 많고, 찾으려면 또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지원한 회사만의 매력 포인트를 찾기 위해, 장기적인 비전이나 방향성 또는 회사가 올해 목표로 하는 지점을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되었어요.


2. 이직하려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이전 회사에서 느꼈던 아쉬움을 생각해봅시다. 사업이 잘 안 될 수도 있고, 성장하기 어려운 환경이었을 수도 있고, 이직을 통해 커리어 상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 정리되었다면 다음으로 넘어가 지원한 회사로 옮겼을 때 그 아쉬움이 해소될 수 있는지 생각해봅니다. 어떤 것은 해소되지 않고 남아있을 수 있지만, 분명 해소될 수 있는 부분도 있을 거예요. 그리고 그게 이 질문에 가장 적합한 대답이 아닐까 생각해요.

이직하려는 이유가 단순히 ‘연봉을 더 높이고 싶어서’일 수도 있어요. 그게 사실은 우리 모두의 솔직한 대답이겠죠. 다만 같은 연봉을 주는 B 회사가 있다는 가정하에, 그런데도 A 회사에 가고 싶은 이유를 생각해봐야 해요. 우리는 지금 연봉 협상 단계가 아니라 인터뷰 단계에 있으니까요.


3. 본인의 장단점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이 질문에서 장점 자체보다 더 중요한 건 그 장점이 발휘된 사례였어요. 예를 들어 ‘저는 논리적인 디자이너예요’ 라고 말하면, ‘논리적인 부분이 가장 잘 발휘된 적이 언제인가요?’ ‘그래서 프로젝트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적이 있나요?’라고 추가 질문을 받는 식이죠. 그래서 이젠 되묻기 전에 어떤 사례가 있었다고 함께 대답하고 있어요.

장점-사례가 세트인 것처럼, 단점에는 ‘노력’을 세트로 대답합니다. A라는 단점이 있다는 걸 알고 있어서, 극복하기 위해 B를 하고 있다는 보완책을 함께 이야기하는 것이죠. 단점이 큰 흉이 되어서는 안 되겠죠? 개인적으로는 성격적인 단점보다 업무 능력에서 부족한 부분을 언급하는 게 추가적인 공격을 덜 받고, 또 노력하는 점을 함께 어필하기 쉬웠다는 생각이 들어요.


4.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요?

‘일 잘하고 나이스한 사람’ 밖에 떠오르지 않던 저였는데요. 생각의 진전을 위해서 전에 같이 일했던 동료들을 여러 타입으로 나누어 정리해보았어요. 여기서는 구체적인 사람 한 명 한 명을 떠올리며 적는 게 도움이 되었어요.

예시를 몇 가지 들어보자면, 빠르고 정확한 일 처리를 하는 사람, 긍정적인 말과 행동으로 좋은 에너지를 주는 사람, 업무 고민이 있을 때 띵킹 파트너가 되어주는 사람, 피드백에 방어적인 사람,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사람, 남 탓을 많이 하는 사람 등등… 세상은 넓고 인간 군상은 너무나 다양하기에 이 타입은 정해진 답이 없다고 생각해요.

위 내용이 어느정도 정리가 되었다면, 다음으로는 내가 어떤 타입과 특히 합이 잘 맞는지 또는 합이 잘 맞지 않는지 생각해봅니다. 여기에서 구체적인 사례를 떠올려야 하는데, ‘이 사람과 제가 잘 맞아서 즐거웠어요’보다는 훨씬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드는 게 필요했어요. 그 사람과 일하면서 특히 어떤 부분에서 시너지가 났으며 왜 그 사람과 다시 일하고 싶은지를 가급적 구체적으로 이야기했어요.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고요.


5. 앞으로 어떤 디자이너가 되고 싶나요?

미래 계획을 세워 놓은 분들이라면 이 질문은 어렵지 않을 것 같아요. 팀을 이끄는 리더가 되고 싶을 수도 있고,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저는 큰 목표를 세우는 편은 아니어서 조금 단기적인 목표에 초점을 맞추어 대답했어요. ‘글을 꾸준히 써서 책을 내보고 싶다’, ‘글로벌 서비스를 경험해보고 싶다’와 같은 식으로요. 정해진 답은 없으니 자신이 평소에 관심을 기울였던 부분들을 돌아보시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6. 기타

중요 아래의 질문에 답하기 전에 서비스를 꼼꼼하게 사용해보는 시간이 필요해요.

6-1. 이 회사에서 어떤 업무를 하고 싶나요?

지원 회사의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까지 세세히 알기는 어렵죠. 그렇기 때문에 지원 회사의 최근 보도자료 등을 통해 초점을 맞추고 있는 부분을 찾아보고, 최근에 런칭한 기능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그 중 특히 나와 잘 맞을 것 같은 부분이 무엇일지 생각해보고,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도 고민해보았어요. 사내 추천 등을 통해 지원한 경우, 회사 내부 이야기를 전해 들어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되었어요.

6-2. 나의 어떤 점이 이 회사에 도움이 될 것 같나요?

이 질문의 경우, 위의 질문 3에서 나의 강점으로 정리한 부분 중 지원 회사에서 시너지가 날 만한 부분을 생각해보니 도움이 되었는데요. 다른 사람(지원자)은 비교적 덜 갖고 있으면서 회사에서는 원하는 그런 능력이 어떤 게 있을까? 고민해보았어요. 디자이너가 대답할 수 있는 예시로는, 비즈니스를 고려한 의사결정 능력이 있거나, 논리적으로 설득을 잘하거나, 데이터에 친숙하다거나, hi-fi 프로토타이핑에 능숙하다거나 하는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6-3. 서비스의 어떤 점이 괜찮고, 어떤 점이 부족한 것 같나요?

저는 며칠에 걸쳐 지원한 회사의 서비스를 사용해보았는데요. 단순히 ‘여러 차례’가 아니라 ‘며칠에 걸쳐’인 이유는 서비스의 실제 유저가 되어보기 위해서입니다. 시간을 들여 살펴보면서 푸시 알림도 받아보고, 그사이 업데이트 된 부분도 살펴보고, 그러면서 서비스의 구석구석을 꼼꼼히 살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후 실제로 인터뷰에서 pain point로 예상된다고 이야기했던 부분이 해당 회사에서 진행중인 큰 프로젝트였던 적도 있는데요. 이런 과정을 거치며 서비스에 대한 비평 능력도 기를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6-4. 좋아하는 서비스가 무엇인가요?

이 질문도 꽤 자주 받았어요. 좋아하는 서비스와 더불어 관심 있게 보고 있는 or 흥미로운 서비스를 질문받았는데요. 최근의 트렌드가 잘 녹아든 서비스, UX 적으로 훌륭한 서비스, 지원한 회사와 비슷한 성격의 서비스 등을 이야기하고 그렇게 생각한 이유를 잘 정리해보시면 될 것 같아요.

해봐야 는다

내가 이렇게까지 말을 못 하는 사람이었나? 하던 순간이 많았어요. 생각해보니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 제 얘기를 할 일이 그동안 없었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인터뷰에서 자주 떨었고, 떨고 있다는 걸 스스로 느낄 때면 머릿속이 더 하얗게 되곤 했어요. 다행스럽게도 이 부분은 연습을 많이 할수록 나아지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다양한 상황에서 연습해보고 특히 누군가 앞에서 이야기하는 연습을 하는 게 도움이 많이 됐어요.

평소보다 많이 떨릴 때는 약의 도움을 받기도 하는데요, ‘인데놀’이라는 약이 저에겐 효과가 있어 인터뷰 30분 전에 먹기도 했어요. (내과에서 처방받으면 돼요.)

마음을 잘 돌보기

이직/구직이 빨리 결정되고 마무리되면 좋겠지만, 재직 중에 준비하다 보면 의도치 않게 기간이 길어지기도 하는데요. 이때 가장 중요한 건 나의 마음 상태를 잘 돌보는 게 아닐까 싶어요. 저는 잦은 탈락에 급기야 한 달에 두 곳 이상 불합격 연락을 받으면 그달에는 지원서를 더 내기 어려웠어요. 시간 텀을 두고 마음이 회복되고 나면 그제야 또 에너지를 내어 새로 시작해볼 수 있었는데요. 에너지의 총량이나 실패에 대한 역치는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자신의 마음을 잘 살펴보고 지나치게 무리하지 않는 선이 어디쯤인지 확인하는 게 꼭 필요할 것 같아요.

이 글이 인터뷰라는 산을 넘고 있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요.

모두 화이팅이에요!
  1. 준, 성실님, 민우, 혜빈, 에이바, 필립, 제레미, 엔지 등 모두에게 감사하는 마음뿐..